Wongok-ro 3-gil, Ansan
Lullabies, 05'34'', 2012

 

글. 김성호 (미술평론가)
이미지로 ‘되받아 쓰기’와 유목주의로 ‘소수자-되기’를 실천하는 커뮤니티아트

후기 식민 지배자들은 여전히 지배의 헤게모니를 공고히 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 피지배자들을 간섭하되 문화의 힘으로 교묘히 위장한다. 여기에 피지배자들은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는 식민 지배자들의 언어를 훈련하고 습득하면서 피지배의 질서 속에 길들여진다. 문화와 언어는 민주주의의 불투명한 망토 아래서 식민지배의 질서를 공고히 하는 심층의 정치학이자 그것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국의 후기식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거꾸로 제3세계의 이주민과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후기식민 지배의 만용은 어떠한가? 임민영은 이러한 질문 속으로 들어와 안산시 원곡동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피지배자들의 망각된 언어들을 되살린다. 〈자장가들〉이라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몽골 등 각기 국적이 다른 제3세계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아이를 껴안고 자국의 언어로 전통적인 자장가를 부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들은 각자 다른 동기와 컨텍스트 속에서 한국에 들어왔지만 동일하게 한국 남성들과 결혼한 제3세계 출신의 이주민 여성들이다. 그녀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나직하게 부르는 자장가란 피지배자들의 사적 언어임과 동시에, 후기식민지의 지배자들로부터 억압받아온 후기식민 피지배자들의 공적 언어가 된다.
아쉽게도 제3세계 피식민자들의 이러한 언어 사용은 후기식민 지배자들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온전히 깨쳐내지 못한다. 즉 한국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베트남, 몽골의 전통적 정신 속에서 도피의 안식처를 잠시만 누릴 뿐이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영원한 타국인 한국에서 삶의 고단함을 누일 임시의 도피처로 기능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임민영은 이러한 일련의 퍼포먼스를 통해서 이들의 한국에서의 애환이 치유되길 갈망한다. ‘한국인 아닌 정체성’과 이주민으로서의 고단한 삶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서로의 애환을 나누고 치유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임민영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한국적 사회에서 늘 대상화되고 객체화되었던 이들에게 제3세계 이주민들이라는 정체성 속에서 망각된 주체를 되살려내는 작업이 된다.

전시카탈로그, 신진작가전 FLUXUS'12 유목의 다섯 가지 과제들, 2011. 11. 11-19,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Mosquito Tent, 27inch Led Monitor, Mat, Cushions, 200x200x145(cm)
Hot Summer Vacation Festival, August 4, 2012, Plaza in Wongok-dong, An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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